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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노무현 그를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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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대한민국 대통령

대구에서는 흔치않게도 지난 대선에서 김대중을 뽑으셨던 우리 부모님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을 뽑으셨습니다. 대선이 있던 날, 선거 중계방송을 보면서 고1이던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고 엎치락 뒤치락 하던 것을 지켜보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날, 노무현이란 사람을 처음 알았습니다.

전혀 주관적인 이야기이고 제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겠지만, 그가 하는 행동과 말은 보통의 여의도의 그  정치인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 하나만 보면 여타 정치인과의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철학과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철학과 가치는, 지역감정에 기반한 당이 아닌 정치 신념에 기초한 전국정당을 만들도록 했고, 우리나라에서 일제와 군사정부시절의 어두운 과거사 청산 문제를 직접 언급하는 위원회를 만들도록 했으며, 5년 내내 조중동이라는 족벌신문과 싸우게 했으며,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게 했으며, 검찰과 국정원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키게 했고, 장기적인 국가발전전략이 나오게 만들었고, 기득권세력(진정한 존경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의미를 모르는 상위층)들과 땅값문제, 사학법 개정문제들로 끊임없는 반목이 생기도록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임기내내 그는 기득권으로부터 끊임없이 따돌림 당했고, 또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국민들로부터 많이 욕먹었습니다.

퇴임 후, 그는 진정한 전직 대통령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습니다. 상왕처럼 뒤에 앉아 가신들을 조정하지도 않고, 조중동 족벌언론에 가끔씩 인터뷰나 하면서 자신의 옛일들을 포장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의 고향에 내려가 봉하마을에서 이명박보다 먼저 봉하마을 녹생성장을 시도하였고, 수더분하게 살아갔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게 많이들 욕하던 국민들이 하나둘씩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잘 꾸며놓은 청와대보다 그 어떤 국민들도 쳐다보지 않는 연희동의 그 누구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찾고 모여들었습니다. 아유 옆집 아저씨 같다며, 퇴임한 대통령을 하루에 집에서 몇번씩 불러내 사진찍고 이야기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기득권은 그가 싫었나 봅니다. 다시 대통령의 오른손이 된 검찰이 일년반동안 노무현을 샅샅이 뒤졌고, 지금도 뒤지는 중인가 봅니다.

그리고 오늘 그의 옛 비서관이 구속되고 노무현 자신을 버려달라는 신문 기사를 봤습니다. 최근의 사건들 속에서 노무현에게 그도 정치인이였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실망하고 섭섭했지만, 왜인지 마음이 짠합니다.

이제 그 어떤 대통령도 누구에게서 1억이 넘는 돈 빌리거나 받을 꿈도 꾸지 못하도록 하는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노무현은 그가 그렇게 말했던대로 정말 구시대의 막내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욕을 얻어먹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이지만 엥간한 사람들에게는 노무현 하면 이명박보다는 애국심이 있는 사람. 이명박보다는 더 청렴할 것 같은 사람. 이명박보다는 더 뚜렷한 정치 철학과 비젼이 있는 사람. 이명박보다는 거짓말 안 할 것 같은 사람. 이명박보다는 과거사 청산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 이명박보다는 평등의 의미를 더 잘 아는 사람일 겁니다. (이명박대신에 한나라당을 집어넣어도 무관합니다.)

자기보다 깨끗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철저히 끝나버린 노무현이지만, 그의 지난날과 오늘의 모습이 아직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남아있게 합니다. 아쉽습니다.

봄답지 않게 차가운 바람이 부는 밤입니다.


2009/04/22 20:38 2009/04/2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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